20260705 쓰레기집 클린업 & 어깨동무 정리요정단이 함께 했어요

2026-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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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초, 쓰레기집 클린업에 들어온 사연들을 검토하던 중이었습니다. 기존 사업 대상 기준에는 맞지 않았지만, 안타까운 한 청년의 이야기가 눈에 밟혔습니다. 우리는 청소업체를 부르는 대신, 봉사자들과 함께 '정리요정단'을 꾸려 직접 청년의 집을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사연자는 4년 전, 오랫동안 간병하던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고 본인 또한 암 진단을 받게 되면서 힘겨운 투병 생활을 거쳐왔다고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일상이 무너졌고, 할머니의 가구와 짐들이 고스란히 남은 채로 집은 약 4년간 방치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리요정단은 '아는 동생 집에 가서 일손을 도와준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함께해 주었습니다. 사연자는 집에서 저희와 첫인사를 나누자마자 도와주러 와주어 고맙다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다행히 사연자가 미리 버릴 물건들을 분류해 놓은 상태여서, 상태가 괜찮은 물품들은 당근에 무료 나눔으로 올려 새로운 주인을 찾아주었고, 큰 가구들은 대형 폐기물 신고를 거쳐 밖으로 내놓기로 했습니다.


가장 큰 걱정은 무거운 '안마의자'였습니다. 과연 우리끼리 힘으로 1층까지 내려놓을 수 있을까 걱정스러웠지만, 열심히 짐을 나르는 저희를 보고 경비아저씨께서 선뜻 올라오셔서 카트에 싣는 것을 도와주셨습니다. '모두가 힘을 합치면 못 할 것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깊이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이삿날처럼 점심에는 다 같이 중국음식을 시켜 먹었습니다. 사연자가 봉사자들을 위해 정성껏 준비해 준 과일도 맛있게 나누어 먹은 뒤, 마무리 청소까지 기분 좋게 마쳤습니다. 거짓말처럼 모든 청소를 마치고 나니, 그제야 시원한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활동을 마치고 소감을 나누는데, 사연자가 커피라도 사 드시라며 봉투를 건넸습니다. 저희는 한사코 사양하며 마음만 감사히 받고, 대신 "어깨동무로 후원해달라"고 했습니다. 다만 사연자가 정성스레 준비해 준 알록달록한 양말 선물만큼은 감사히 받았습니다.


청소를 진행한 지 일주일이 지난 지금, 청년은 청소 후 한결 가벼워진 집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근황을 보내왔습니다. 집을 치워주러 갔다가, 오히려 또 한 명의 소중한 청년에게 가슴 가득 응원을 받고 돌아온 뜻깊은 하루였습니다. 


청소 후 사연자의 편지📬

청소 전의 저는 무척 버겁고 회피하고 싶은 상태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단순히 집이 아니라 제 상태와 현실 자체를 마주하기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청소 하루 전까지도 많이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이 들어, 과연 제가 도움을 요청해도 되는 사람인지 여러 번 고민했습니다.


그런데 청소를 한 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는 것이 아직도 실감나지 않습니다. 봉사자분들께는 익숙한 봉사활동 중 하나였을지 모르지만, 저에게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특별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일주일 동안 생활하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마음가짐이었습니다. 분리수거를 미루고 싶을 때, 배달음식을 시켜 먹고 그대로 늘어지고 싶을 때마다 귀한 시간을 내어 제가 하지 못했던 궂은일을 함께 해주신 봉사자분들이 떠올랐습니다. 덕분에 이전처럼 쉽게 포기하거나 외면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암 수술을 받고 회복하던 시절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당시 몇 주 동안 제대로 식사를 하지 못했는데, 어느 날 병원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조리사 아주머니께서 "매일 식판이 그대로 돌아오는 걸 보고 걱정하고 있다"고 말씀해 주신 적이 있습니다. 유명한 의사나 훌륭한 시설보다도, 아무런 대가 없이 저를 걱정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 마음이 힘든 시간을 견디게 해주었습니다.


이번 청소 역시 저에게는 비슷한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저와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분들이 저를 위해 시간을 내고, 힘을 써주고, 응원해 주셨다는 사실이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예전에 비영리재단에서 함께 일하던 선배가 "남을 돕는 일보다 도움을 받는 일이 더 어렵고, 진정한 어른은 도움을 받을 줄 아는 사람"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번 경험을 통해 그 말의 의미를 조금은 이해하게 된 것 같습니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그 기회를 어깨동무와 봉사자분들이 만들어 주셔서 더욱 감사했습니다. 여러분의 수고와 마음을 오래 기억하겠습니다.